블랙홀의 '잃어버린 고리' 중간질량 블랙홀 존재 확인

  • Published : Apr 1, 2020 - 13:59
  • Updated : Apr 1, 2020 - 14:00
  
(ESA)

별 집어 삼키는 확실한 증거 갖춰…태양질량 5만배


블랙홀 진화에서 '잃어버린 고리'가 돼온 중간질량 블랙홀의 확실한 증거가 포착됐다.

대형 은하 중심에 있는 태양 질량 수십만 배에서 수십억 배에 이르는 초대질량블랙홀(SMBH)과 대형 별의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중력붕괴를 일으키며 만들어지는 항성질량 블랙홀 사이에는 중간 정도의 질량을 갖는 블랙홀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돼 왔지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왔다.

미국 뉴햄프셔대학교 물리·천문학과 연구 조교수 린다청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X선 망원경과 허블망원경으로 중간질량 블랙홀을 확인한 결과를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회보'(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최신호에 발표했다.

별을 집어삼키는 현장이 포착된 이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5만 배에 달하는 질량을 가진 것으로 측정됐다.


(NASA)

연구팀은 중간질량 블랙홀 후보가 몇차례 포착된 적은 있지만 이번에 관측된 '3XMM J215022.4-055108'만큼 확실한 증거를 갖춘 것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블랙홀은 지난 2006년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찬드라 X선 우주망원경과 유럽우주국(ESA)의 X선 다중거울 망원경 'XMM-Newton'에 강력한 X선으로 처음 포착됐다. 별이 블랙홀과 같은 중력적으로 강력하면서 밀도가 높은 천체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갈가리 찢기면서 나온 X선으로 추정됐지만, 당시에는 우리 은하 내부인지 아니면 밖인지도 확인이 안 됐다.

은하 중심이 아니라는 점에서 중간질량 블랙홀일 가능성은 있었지만 초신성 폭발이후 남은 고밀도의 중성자별일 수도 있어 이 가능성부터 확인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해 중간질량 블랙홀을 찾아내는 과정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하나씩 확인하며 제거해 나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허블망원경을 통해 이 X선이 우리 은하 내 단일한 곳에서 방출된 것이 아니라 다른 은하 외곽의 별들이 밀집한 곳에서 나온 것을 확인했다. 이런 영역은 천문학자들이 중간질량 블랙홀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꼽아오던 장소 중 하나였다.

블랙홀의 질량은 은하 중앙에 있는 팽대부 크기에 비례하는 것으로 관측돼 은하 질량이 클수록 블랙홀 질량도 큰 것으로 확인돼 있다. 그런 점에서 3XMM J215022.4-055108 블랙홀이 있는 성단은 인근 대형 은하의 중력에 잡혀있는 질량이 적은 왜소은하의 축소된 중심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NASA)

중간질량 블랙홀이 지금까지 확실한 증거로 포착되지 않은 것은 초대질량블랙홀에 비해 훨씬 작고 활동력도 떨어지는데 이유가 있다. 주변에 손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연료원이 없고 별이나 우주 물질을 지속해서 빨아들일 만큼 중력도 강력하지 않다. 따라서 천문학자들이 별을 집어삼키는 드문 장면을 직접 포착하지 않으면 중간질량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사실 중간질량 블랙홀로 추정되는 천체가 발견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9년에도 ESO 243-49 은하 끝에서 'HLX-1'이라는 블랙홀이 발견돼 중간질량 블랙홀 후보로 연구됐다. 이 블랙홀 역시 젊은 별들이 모여있는 곳에 포착됐는데, 항성질량 블랙홀일 가능성을 떨쳐내지는 못했다.

린 박사는 이와 관련, "이번에 발견된 블랙홀은 별을 집어삼키는 중이어서 항성질량 블랙홀일 수도 있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큰 질량을 가진 블랙홀이라는 강력한 증거를 제공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강조했다.

중간질량 블랙홀이라는 점이 최종 확인되면 어둠 속에서 포착되지 않고 있는 다른 중간질량 블랙홀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초대질량블랙홀이 어떻게 형성됐는지에 관한 답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블랙홀은 인류가 인지하고 있는 가장 극단적인 환경 중 하나로 물리학의 법칙이나 우주가 작동하는 원리에 대한 이해를 시험하는 무대로 여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