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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리용호, 트럼프 '완전파괴' 발언에 "개짖는 소리"

By Kim Min-joo

Published : Sept. 21, 2017 -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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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위해 20일(현지시간) 미국에 입국했다.

리 외무상은 이날 오후 베이징(北京)발 중국항공편으로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의 존 F. 케네디(JFK) 공항에 도착했다. 앞서 리 외무상은 지난 19일 고려항공편으로 중간 경유지인 베이징에 도착해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하룻밤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리 외무상은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 대사의 안내를 받으며 입국장이 아닌 출국장으로 들어왔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는 JFK공항 측에 별도의 경호를 요청하는 등 취재진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리 외무상은 공항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기자들이 '북한을 완전파괴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기조연설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유엔총회 연설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냐' 등을 질문했지만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숙소인 맨해튼의 한 호텔에 도착해선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외무상은 "개들이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말이 있다"며 "개 짖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 하려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개꿈"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켓맨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리 외무상의 기조연설은 오는 22일로 예정돼 있다.

북한 외무상은 지난 2014년부터 매년 기조연설을 해왔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전임자인 리수용 현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이 했고, 지난해에는 리용호 외무상이 기조연설을 맡았다.

통상 북한 측 기조연설은 자국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옹호하고 미국을 비판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對北) 제재 결의안 채택을 비판하면서 핵무장 능력을 과시하는 내용을 되풀이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반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 외무상은 기조연설에 이어 23일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리 외무상은 뉴욕 체류 기간, 공개적인 외부일정보다는 제3세계 국가들과 비공개 접촉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도상국 연합체 '77그룹(G77) 연례장관회의'의 22일 개회식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 외무상의 뉴욕 방문을 계기로 북·미 접촉이 이뤄질지도 관심사이나 양국 간 대립상황을 고려할 때 그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리 외무상은 다음 주 초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