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Herald

지나쌤

[김 기자와 몰디브 한잔] 기자님, 기자 놈, 기자 새끼

By 석지현

Published : Nov. 29, 2015 -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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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rf.com) (123rf.com)

어딜 가든 소위 ‘진상’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물론, 언론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여러 분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000 기자인데!!!” 가 대표적인 진상의 한 분류일 것 같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도 저런 행동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전화상으로 시비가 붙어서 흥분한 상태에서 저런 말을 했었죠. 상황이야 어찌 됐든 부끄러운 행동인 건 분명합니다.

최근 한국컨텐츠 진흥원에서 주최한 스타트업콘이라는 행사가 있었는데요. 글로벌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들의 관계자들이 와서 스타트업 관련 내용을 설명해주는 자리였습니다.

연사들과 그룹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 베레모를 쓰고 선글라스를 쓴 중년 남성이 자신을 사진기자라고 소개하며 등장했습니다. 거의 점심때가 다 되어서요.

그는 “G00 기자 친구인데!” 라고 홍보 대행사 직원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더니 휴대전화기를 들어 “회장님, 3천만 불 들고 영화 사러 오세요” 식의 허무 맹랑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행사를 준비하던 홍보대행사 직원은 최대한 다른 기자들과 행사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하려고 음식도 드리고 상황은 그럭저럭 넘어갔습니다.

재밌는 것은 그가 언급한 기자는 삼성 전자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분이라는 겁니다. 기자실을 전전하며 간식을 아주 많이 가져가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기자실에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그런다는 소문이 많이 있는 분입니다. 식사 자리에 와서 밥만 먹고 가기도 하고요. 간혹 행사장에 나타나서 기웃거리시기도 하는데 본인 말 대로 정말 기자인지 의심이 가는 행동을 하고 다니십니다.

한 홍보 대행사에서 일하는 분의 말에 따르면 G00 기자분이 2009년에도 한 행사장에 나타나 다른 기자들과 다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하네요. 

보통 기자들을 보면 “지가 무슨 대단한 사람인 줄 안다” 라고 말하는 분도 있을 텐데, 저 위의 두 분을 보는 저의 심정이 그랬습니다. 기자가 무슨 대단한 직업인 양 기업들 행사에 등장하셔서 물을 흐려 놓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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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행동은 기자 직업을 가진 모두가 반성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라는 신분이 권력을 의미하는 듯이 행동하며, 실제로도 권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기자가 아니더라도 1인 미디어로 활동하는 등 세상이 많이 변해가고 있는데, 언론계 일부 구성원은 여전히 “내가 어디 기자인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죠.

“기자의 힘이 많이 줄었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 것 같습니다. 예전과는 다르다고 합니다.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는 방증인 것 같습니다.

기자는 전문성, 기술을 사용하는 능력, 인적 네트워크 등을 필요로 합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기술 활용 능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합니다. 기사가 유통되는 방식이 변하고 있고, 기술을 활용해야 자신이 쓴 기사가 많이 유통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제 기자직은 “내가 어디 기자인데!”라는 말과 행동보다 진실로 본인의 실력으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직업인 것 같습니다.

결국, 기자의 경쟁자는 기자를 포함한 기술을 다루는 모든 사람들입니다. 전 세계 유명 언론사들이 IT 전문가 영입에 열을 올린다는 소식도 쉽게 들을 수 있고요. 유튜브, 구글,네이버, 카카오 등 모든 종류의 미디어 회사 및 개인이 기자의 경쟁상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새로운 기술에 대한 촉을 세우고 살아야 하는 것이 기자일 것 같습니다.

“모히또에서 몰디브나 한잔” 하고 싶네요.


코리아헤럴드 경제부 IT 팀 김영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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