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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기형아 부작용' 알고도 '코로나19 신약' 권장

By Yonhap

Published : May 6, 2020 -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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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을 알면서도 자국서 개발된 '아비간'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비간은 일본 후지(富士)필름의 자회사 도야마(富山)화학이 신종인플루엔자 치료제로 개발한 항(抗)바이러스제다.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 데다 기형아를 낳을 수 있다는 부작용을 안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아베 총리 자신도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아비간이 입덧 방지약인 "'탈리도마이드'와 같은 부작용"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탈리도마이드는 1950∼1960년대 기형아 출산 부작용으로 판매가 금지된 약물로, '최악의 의약품 이상반응 사례'로 꼽힌다.

아비간은 에볼라와 같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재생산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잠재적 가치가 있지만, 이는 동물실험에서만 입증됐을 뿐 인간이 앓고 있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결과는 제한적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일본 오사카 린쿠종합의료센터의 감염병 전문가 마사야 야마모토는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비간이 효과가 없다는 게 아니라 이 약이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여전히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도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회의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로 아비간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아비간 재고를 3배로 늘리라며 1억3천만달러(약 1천6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배정했으며, 일부 국가에는 아비간을 무료로 제공하며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베 총리의 홍보에 힘입어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1천100개 병원이 코로나19 환자 2천200여명에게 아비간을 처방했으며 1천명 이상이 아비간을 투약하겠다며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놨다.

코로나19 치료제로 아비간을 사용하는 병원들은 기형아 출산이라는 부작용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고령층에 아비간을 투약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이득이 위험성보다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NYT는 아베 총리가 아비간을 이토록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속내는 알 수 없다면서도 고모리 시게타카(古森重隆) 후지필름 회장과 자주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하는 등 가까운 사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후지필름은 지난 2월 중순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국제적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한 태스크포스 회의에 초대받은 유일한 기업이었고, 이 자리에서 아비간의 효과 등을 소개하는 발표를 했다.

이후 아베 총리는 2월 29일 도쿄 관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코로나19 치료제로 3가지 약품을 실험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그중 아비간의 이름만 콕 집어서 언급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아비간에 대한 아베 총리의 평가와 고모리 회장과의 관계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밝혔고, 후지필름 측 대변인도 정부 측의 "어떤 호의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아비간을 향한 아베 총리의 '애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계열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극찬하지만, 전문가들은 반대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면서 "정치 지도자들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알맞은 치료제를 지지한다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강화하고,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기업에 엄청난 이익을 안길 수 있겠지만 잘못된 약을 홍보한다면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