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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궁 김씨' 계정에 그간 어떤 글이 올라왔길래

By Yonhap

Published : Nov. 18, 2018 -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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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혜경궁 김씨(@08__hkkim)'로 세간에 알려져 온 트위터 계정에는 과연 어떤 글이 올라왔길래 이례적으로 수사기관이 계정주까지 찾아나서는 일이 벌어졌을까.

게다가 수사를 견인한 주체도 야당이 아니라 여당과 진보진영 쪽 인사들이었던 배경은 왜일까?

수 개월 계속된 '혜경궁 김씨' 논란은 그 생성과 진행, 경찰의 1차 결론까지 숱한 화제를 뿌렸고, 앞으로 검찰의 기소판단과 기소시 재판 등의 절차까지 더 많은 정치적 화제와 공방,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경찰 조사 마친 김혜경씨, 취재진 질문엔 묵묵부답 (연합뉴스) 경찰 조사 마친 김혜경씨, 취재진 질문엔 묵묵부답 (연합뉴스)


이러한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혜경궁 김씨가 그동안 트위터라는 총구로 겨눈 '핵심 목표물'이 이 지사가 속한 더불어민주당 내부였기 때문이다.

문제의 계정은 본디 '정의를 위하여'라는 문패를 달고 지난 2013년께 활동을 시작한다.

이 계정이 처음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 지사의 친형인 재선 씨(작고)였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재선 씨와 사이가 틀어지자 이 계정은 재선 씨를 겨냥한 각종 비난 글을 올리며 SNS상에서 종횡무진으로 활동했다.

"왜 자꾸만 새누리당 국회의원 선거운동 문자 보내고 난리야? 정신병자가 운동해주면 잘도 되겠네", "이재선? 제정신 아니죠?",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킨 건 이재선의 처와 딸인데 이 시장에게 덮어씌우는 이유는?", "이재선은 왜 이 시장의 공무원 인사에 개입하려 했는지 밝혀라" 등의 글을 2014년에서 2016년 사이 집중적으로 올렸다.

이 계정은 당시 재선 씨는 물론 이 시장을 비판하는 다른 네티즌들에게도 가차 없이 말 폭탄을 날리고 이 시장에게는 꾸준히 지지의 글을 보내며 온라인 '호위무사'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문제는 이 시장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설 정도로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선거판이 벌어지면서부터다.

계정은 "문재인이나 와이프나…생각이 없어요. 생각이…",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소원이냐? 미친 달레반들", "걱정 마 이재명 지지율이 절대 문어벙이한테는 안 갈 테니", "문재인이 아들도 특혜준 건? 정유라네" 등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집중 공격했다.

또 과거 "노무현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가상합니다", "문 후보 대통령 되면 꼬옥 노무현처럼 될 거니까 그 꼴 보자구요"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글마저 서슴지 않았다.

올해 경기지사 선거를 앞두고는 당내 경쟁자이던 최성 전 고양시장을 향해 "문돗개", "문따까리"라고 조롱하고 전해철 의원을 겨냥해서는 "자한당과 손잡은 전해철은 어떻고요? 전해철 때문에 경기 선거판이 아주 똥물이 됐는데. 이래놓고 경선 떨어지면 태연하게 여의도 갈 거면서"라고 비난하는 등 이 지사와 상대하는 인물이라면 당 내외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공격했다.

이때 네티즌들이 댓글로 이재명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와 연결지으면서 문제의 계정 '정의를 위하여'는 세칭 '혜경궁 김씨'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그래서 이 지사 측은 '혜경궁 김씨'가 결국 이 지사를 프레임에 가두어두려는 시도였는데, 결국 경찰이 그 연장선에서 이 지사 부인 김혜경씨를 계정주로 낙인찍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계정주 논란을 떠나 이 계정이 생산한 글 중에 세월호 관련 부분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었다.

세월호를 공격의 도구로 삼은 막말은 이 지사 지지자들을 제외한 사실상 진보진영 전체와 등을 돌린 격이 됐다.

문제의 계정은 이 지사를 비판한 네티즌들에게 "당신 딸이 꼭 세월호에 탑승해서 똑같이 당하세요~ 웬만하면 딸 좀 씻기세요. 냄새나요~", "니 가족이 꼭 제2의 세월호 타서 유족 되길 학수고대할게~"라고 막말했다.

이렇듯 문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를 겨냥한 가차 없는 비난과 막말을 일삼으며 이 지사를 편들어온 이 계정의 소유주가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라는 경찰의 결론이 나오면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