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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수호랑, 사슴·삽살개·진돗개 등 경쟁 뚫고 낙점"

By Yonhap

Published : Feb. 19, 2018 -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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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배출한 스타 중 하나는 마스코트 수호랑이다.

백호를 원형으로 한 수호랑은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뜨거운 인기를 누린다.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를 디자인한 매스씨앤지 박소영 콘텐츠디자인본부장(가운데)과 이인석 캐릭터본부 팀장(오른쪽), 장주영 캐릭터본부 과장이 13일 서울 마포구 DMC첨단산업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2.15 (사진=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를 디자인한 매스씨앤지 박소영 콘텐츠디자인본부장(가운데)과 이인석 캐릭터본부 팀장(오른쪽), 장주영 캐릭터본부 과장이 13일 서울 마포구 DMC첨단산업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2.15 (사진=연합뉴스)

이 때문에 짝꿍이자 반달가슴곰을 모델로 삼은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가 잠깐 토라졌다는 풍문도 있었지만, 반다비 인기도 수호랑 못지않다.

수호랑과 반다비 '부모'는 이 열풍을 어떻게 바라볼까.

"수호랑, 반다비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정말 애정을 기울여 만들었어요."

수호랑과 반다비를 소중히 받쳐 든 박소영(43) 매스씨앤지 콘텐츠디자인본부장의 이야기에 이인석(42) 캐릭터본부 팀장과 장주영(35)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디자인 전문업체인 매스씨앤지에서만 짧게는 3년, 길게는 15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베테랑들이다.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제작에 투입된 10명의 디자이너 중 가장 큰 짐을 떠맡았던 이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첨단산업센터를 찾았다.

어사화 쓴 마스코트 수호랑 인형 (사진=연합뉴스) 어사화 쓴 마스코트 수호랑 인형 (사진=연합뉴스)

매스씨앤지가 경쟁 입찰을 통해 마스코트 개발 업체로 선정된 것이 2014년 12월 말이었다. '호돌이 아빠' 김현 디자이너가 대표로 있는 디자인파크 등이 참여한 치열한 경쟁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 및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공식 보고만 30여 차례 이어지는 2년여간의 대장정이 곧바로 시작됐다.

어떤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울지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하는 숙제였다.

대한민국 상징성 조사 등 실시한 설문조사마다 호랑이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지만, 곧바로 호랑이로 확정 짓기는 무리였다.

"서울 올림픽 때 호랑이가 마스코트로 나왔기 때문에 다른 소재로 가는 것도 방향성 중의 하나였어요. 그 때문에 사슴으로 갔다가, 다람쥐로 갔다가, 진돗개로 갔다가, 삽살개로 갔다가 하면서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마스코트를 제작했어요."(박 본부장)

결국 구관이 명관이었다. 수많은 동물의 시안이 등장했다 사라지는 사이 상징성, 타당성 등 여러 면에서 두루 점수를 얻은 호랑이가 합격점을 얻었다.

강릉올림픽파크에서 수호랑과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강릉올림픽파크에서 수호랑과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백호가 마스코트로 확정된 것은 호랑이간의 '내부' 경쟁을 거친 이후였다.

우리 전통이 돋보이는 민화 호랑이가 오랫동안 유력 후보였지만, 상품화 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돼 결국 탈락했다고.

개성 강한 외관이 전 국민과 전 연령층에 친근한 인상을 주기는 무리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디자인팀은 에버랜드의 협조를 받아 고증한 백호 마스코트에 친근감을 심는 데 주력했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수호랑 거대한 머리 크기도 치밀한 계산을 통해 나온 것이다. 3D 애니메이션이나 SNS 이모티콘 활용을 위해서는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는 것도 중요했다.

실무 디자인을 맡았던 이 팀장은 "수호랑을 보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호랑이의 인상이나 형태보다는 좀 더 사람에 가까운 표정"이라면서 "머리가 크면 클수록 더 사람들이 예뻐한다고 하더라"면서 웃었다.

동화처럼 수호랑·반다비의 배경을 만드는 스토리텔링과 이름을 짓는 네이밍, 디자인언어의 각종 규칙을 정리하는 가이드북 작업도 이들 디자이너의 몫이었다.

이들은 "그래픽 과정보다 네이밍 작업이 더 힘들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름을 2천 개 정도 만든 것 같아요. 하나라도 빠짐없이, 모든 상품에 상표를 출원할 수 있어야 하니깐요. 변리사를 통해서 검증을 받고, 또 해외에서 혹시 나쁜 어감으로 쓰이는 말은 아닌지 부정 연상 검증도 받았고요."(박 본부장)

수호랑·반다비는 후반 작업이 완료된 지난해 중순 이들 곁을 완전히 떠났다.

2016년 가을 처음 대중에 공개됐을 때 반응이 나쁘지 않을까 무섭기도 했다는 디자이너들은 요즘에서야 마음이 놓이는 듯했다.

"만든 캐릭터가 외면받으면 좌절감도 느끼고 (디자이너) 자신도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식을 수 있는데, 이렇게 수호랑·반다비를 활성화 시켜주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함을 느낍니다."(이 팀장)

"무엇보다 평창올림픽이 잘 끝났으면 좋겠고, 제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것이 자긍심으로 남을 수 있게 수호랑·반다비가 계속 사랑받았으면 합니다."(장 과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