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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헤럴드인터뷰] ‘소녀상 버스’ 임진욱 대표, “국내 버스산업 왜곡돼…90%가 현대차”

By Bak Se-hwan

Published : Aug. 22, 2017 -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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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타고 싶어서 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탈 수밖에 없어서 타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승객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드리는 것이 저희 회사경영 방식입니다.” 

임진욱 동아운수 대표 (사진=코리아헤럴드 박현구 기자) 임진욱 동아운수 대표 (사진=코리아헤럴드 박현구 기자)
 
18일 ‘소녀상 버스’의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임진욱(51) 동아운수 대표는 자신의 경영철학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인터뷰를 위해 동승해본 151번 버스에는 임 대표의 ‘고집’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모든 시내 버스의 로우백 등받이 의자를 목 높이까지 올라오는 하이백으로 교체한 것을 시작으로 회색 범퍼를 파란색으로 도색해 버스와 색깔 맞춤을 하였다.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타요버스’와 말하는 버스, 돌출 번호판, 미술관 버스 등은 이미 임 대표를 대표하는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버스 손잡이에 붙어 있는 NFC태그 기능의 바나나 우유 광고도 전국 최초다.

버스 내부가 참 깨끗하다는 기자의 평가에 임 대표는 “안에 있는 스티커 한 장도 다 신경을 쓰고 있다”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임 대표는 “장애인 마크도 미국 디자이너에게 부탁을 해서 역동적으로 만들었다”며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말하는 버스’를 도입해 불편함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버스 안 미술관’으로 대중교통의 장점을 활용해 이순국 화가 등의 작품을 전시 하고 있다. 앉아서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코리아헤럴드 박현구 기자) (사진=코리아헤럴드 박현구 기자)

임 대표는 평소에도 다른 운송회사의 버스를 타고 내리면서 개선점을 항상 고민한다고 했다. 가급적이면 경영을 하는 입장이 아닌 승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불편한 점을 찾아내기에 더 쉽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불편한 점을 찾아내면 현대자동차 등 버스 제작자들을 부른다. 돌출 번호판의 경우도 현대자동차 관계자를 불러서 이러한 아이디어가 있는데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 그래서 직접 디자인 해 특허를 내버렸다. 이후 박원순 서울 시장이 우리 회사 버스를 타보고 돌출 번호판을 확산을 시키라고 해서 전국으로 퍼진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욱(51) 동아운수 대표 (사진=코리아헤럴드 박현구 기자) 임진욱(51) 동아운수 대표 (사진=코리아헤럴드 박현구 기자)

우리나라 버스 산업에 대한 임 대표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임 대표는 “한 자동차 브랜드가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왜곡된 구조”라고 명쾌하게 답변했다. 일부 업체가 독점적 지위를 형성하고 있는 시장에서는 상품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도 무시당하기 일쑤란다. 임 대표는 “우리나라도 이제 버스를 정말 고급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힘들다. 독일의 MAN사 등과 MOU를 맺어 국내 규격 등을 맞춰서 고급 버스를 수입해 와야 한다. 이미 경기도에서도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대자동차가 원가절감을 위해 2017년식 버스 손잡이의 길이를 6센치 짧게하고 11년전에 만든 저상버스용 로우백 시트를 장착했다”며 “가격은 700만원을 올렸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사진=코리아헤럴드 박현구 기자) (사진=코리아헤럴드 박현구 기자)

임 대표는 “독일 버스는 우리나라의 일부 출입구만 낮은 로우-엔트리(Low-Entry) 버스와는 다르게 통로 바닥 전체가 낮은 완전한 형태의 저상버스로 안전한 승·하차가 가능하다”며 “버스의 안전성과 승차감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코리아헤럴드=박세환 기자